2025년 tvN 드라마 '서초동'은 현직 변호사가 쓴 각본으로 화제를 모았습니다. 드라마 속 어쏘 변호사들의 일상은 실제 법조계와 얼마나 비슷할까요? 월급쟁이 변호사의 현실, 로펌 계급 구조, 업무 강도를 드라마와 비교하며 한국 법조계의 실제 모습을 파헤칩니다.
2025년 여름 tvN을 뜨겁게 달군 드라마 '서초동'이 8월 10일 종영했습니다. 이종석, 문가영 주연의 이 작품은 단순한 법조 드라마가 아니었습니다. 현직 변호사 이승현 작가가 직접 집필해 "변호사로 일하면서 보고, 듣고, 겪은 일들"을 담아냈기 때문이죠. 첫 회부터 법정 장면 대신 변호사들의 먹방을 과감히 보여준 이 드라마는, 실제 법조계 현실을 얼마나 반영하고 있을까요?
어쏘 변호사란? 드라마가 주목한 월급쟁이 법조인
'서초동'의 가장 큰 특징은 '어쏘 변호사(Associate Lawyer)'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는 점입니다. 어쏘는 로펌에 고용되어 월급을 받는 변호사를 뜻하는데, 대부분의 법조 드라마가 화려한 승소 장면이나 정의 구현에 초점을 맞춘 것과 달리, 이 작품은 평범한 직장인으로서 변호사의 일상을 그립니다.
한국의 로펌은 크게 파트너 변호사와 어쏘 변호사로 나뉩니다. 파트너는 로펌의 지분을 소유하고 경영에 참여하는 고위직인 반면, 어쏘는 실무를 담당하는 초중견 변호사입니다. 드라마 속 안주형(이종석)은 9년 차 어쏘로, 파트너 승진을 앞둔 시니어 어쏘에 해당하죠. 신입 강희지(문가영)는 1년 차 주니어 어쏘입니다.
실제 한국 법조계에서 어쏘 변호사는 전체 변호사의 약 30%를 차지하며, 대형 로펌 신입 어쏘의 연봉은 평균 7천만 원에서 시작합니다. 로펌마다 차이는 있지만 매년 약 1,300만 원씩 기본급이 올라가며, 5년에서 6년 차 이상이 되면 시간당 수임비용으로 추가 수당도 받습니다.
드라마 속 리얼리티 vs 실제 법조계 현실
이승현 작가는 제작 발표회에서 "주인공들이 사건의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가기보다는, 주인공들의 삶 안에 소송 사건이 들어와 있기를 원했다"고 밝혔습니다. 박승우 감독 역시 "법조인으로서의 사명감이나 악을 무너뜨리기 위한 고군분투가 아닌, 직장인으로서 매일 마주하는 현실적인 갈등을 담았다"고 강조했죠.
이런 접근은 실제 법조계 현실을 잘 반영합니다. 드라마에서 어쏘 변호사들이 점심 메뉴 고민, 법인카드 식대 한도, 주식 단타로 커피 값 벌기 등 소소한 일상에 집중하는 모습은 과장이 아닙니다. 한 대형 로펌 5년 차 변호사는 인터뷰에서 "저녁 식사 후 서면 작성하는 게 주중 일과"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드라마가 미화한 부분도 있습니다. 이승현 작가 본인도 "현실 세계에서 배우분들처럼 잘생기고 예쁜 변호사를 찾아보는 건 불가능하다. 동료들에게 서초동에 저렇게 생긴 변호사들이 어딨냐고 한 마디씩 들었다"며 웃음을 자아냈죠.
로펌의 계급 구조와 승진 시스템
드라마는 로펌의 계급 구조도 현실적으로 그립니다. 어쏘 변호사는 주니어(1년에서 3년 차)와 시니어(4년 차 이상)로 구분되며, 일반적으로 9년에서 10년 정도 경력을 쌓으면 파트너 승진 기회를 얻습니다. 하지만 모든 어쏘가 파트너가 되는 건 아닙니다.
실제로 파트너 구조가 경직되면서 승진 기회는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대형 로펌에 입사하더라도 10년 후 로펌에 남아있는 비율은 40% 정도에 불과합니다. 많은 어쏘들이 사내변호사로 전환하거나 중형 로펌으로 이동하며, 일부는 개업을 택하기도 하죠.
드라마 속 안주형이 9년 차임에도 "퇴사를 한사코 거부하고 어쏘 생활을 지속"하는 설정은 이런 현실을 반영합니다. 자기 이름이 달린 법무법인을 차린다는 소박한 꿈을 가진 그의 모습에서, 파트너 승진이 쉽지 않은 한국 로펌 구조를 엿볼 수 있습니다.
야근 문화와 업무 강도의 진실
'서초동'은 변호사들의 야근 문화도 간접적으로 보여줍니다. 드라마에서는 저녁 식사 장면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는 퇴근 시간 이후에도 사무실에 남아있다는 의미입니다.
실제 대한변호사협회 조사에 따르면, 변호사 860명 중 주당 50시간에서 60시간 근무한다는 응답이 22.3%, 60시간에서 70시간이 6.9%, 70시간 이상도 5.2%에 달했습니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됐음에도 로펌 업계에는 여전히 만성적인 야근 문화가 지배적이죠.
한 대형 로펌 소속 변호사는 "납품기일 맞추려면 밤 새야 한다"며 "다음날 새벽 1시에서 2시까지 일하고 오전 7시에 출근하는 생활 패턴이 반복된다"고 토로했습니다. 어쏘 변호사들은 한 달 평균 10건에서 30건의 서면을 작성하는데, 대부분 퇴근 시간 이후에 작성합니다.
드라마는 이런 고강도 업무를 직접 보여주기보다는, 변호사들이 식사 시간만큼은 일을 잊고 즐기는 모습으로 간접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인생 뭐 있어? 먹고 걷자"는 드라마의 메시지는, 치열한 업무 속에서도 소소한 일상을 지키려는 변호사들의 방어기제를 담아낸 것이죠.
현직 변호사가 쓴 각본의 강점과 한계
현직 변호사가 직접 쓴 각본의 가장 큰 강점은 디테일입니다. 법정 용어, 변론 톤, 사건별 법정 분위기 등 일반 작가라면 놓칠 수 있는 부분들이 자연스럽게 녹아있죠. 드라마에 출연한 류혜영은 "작가님이 실제 변호사라서 변론 장면에서 어떤 톤으로 해야 할지 세세하게 물어보고 참고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보이스피싱 사건, 의료과실 소송, 이혼 소송 등 드라마에 등장하는 사건들도 현직 변호사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들입니다. SBS '굿파트너'에 이어 '서초동'과 JTBC '에스콰이어'까지, 현직 변호사가 쓴 법조 드라마가 연이어 호평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하지만 한계도 있습니다. 드라마는 결국 대중을 위한 오락물이기에, 지나치게 전문적이거나 암울한 내용은 피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법조계의 위계 문화, 파트너 승진을 위한 치열한 경쟁, 번아웃으로 떠나는 동료들의 모습은 드라마에서 상대적으로 약하게 다뤄졌죠.
서초동이 그린 한국 법조계의 미래
'서초동'은 단순히 변호사의 일상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 법조계가 직면한 구조적 문제들도 은유적으로 담아냅니다. 법무법인 합병 스토리를 통해 로펌 업계의 구조 변화를, 어쏘들의 진로 고민을 통해 파트너 승진의 불확실성을, 일과 삶의 균형을 찾으려는 노력을 통해 워라밸에 대한 갈증을 보여주죠.
특히 MZ세대 변호사들이 대형 로펌보다 워라밸이 보장되는 사내변호사를 선호하는 최근 트렌드도 드라마 곳곳에 녹아있습니다. 한국사내변호사회 회원 수는 2011년 570명에서 2024년 2,706명으로 급증했으며, 현재 활동 중인 사내변호사는 약 6,000명으로 추산됩니다.
드라마를 통해 본 법조계의 진짜 매력
'서초동'이 시청자들에게 사랑받은 이유는 변호사를 영웅이 아닌 평범한 직장인으로 그렸기 때문입니다. 거대한 정의 구현이나 극적인 반전 대신, 때로는 뜨겁게, 때로는 유쾌하게, 자주 웃고 가끔 눈물 흘리며 성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공감한 것이죠.
실제 법조계도 드라마처럼 완벽하지 않습니다. 야근이 많고, 승진은 불확실하며, 업무 강도는 높습니다. 하지만 전문성을 쌓고, 의미 있는 사건을 다루며, 동료들과 함께 성장하는 경험은 분명 매력적입니다.
이승현 작가가 말했듯 "변호사들의 삶이라는 조금은 낯선 세계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감정과 이야기로 채우고자" 했던 시도는 성공적이었습니다. 드라마는 끝났지만, 실제 서초동 법조타운에서는 오늘도 수많은 어쏘 변호사들이 출근하고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은 드라마 '서초동'을 보며 법조계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나요? 실제 어쏘 변호사의 삶이 생각보다 평범하다는 사실이 놀라웠나요, 아니면 여전히 특별한 직업으로 느껴지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