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시청률 5.8%에 불과했던 '선재 업고 튀어'가 티빙 사용시간 250만 시간을 기록하며 넷플릭스를 최초로 역전했습니다. OTT 시대, 시청률은 더 이상 드라마 성공의 절대 지표가 아닙니다. 화제성과 팬덤이 만든 새로운 성공 공식을 분석합니다.
역사적 순간: 토종 OTT가 넷플릭스를 이긴 날
2024년 5월 28일, 한국 방송 산업에 역사적 기록이 만들어졌습니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이날 티빙의 총 사용시간이 250만 10시간을 기록하며 넷플릭스(240만 8179시간)를 9만 1831시간 차이로 제쳤습니다. 유튜브를 제외하고 '만년 1위' 넷플릭스의 총 사용시간을 국내 OTT가 넘긴 것은 이번이 최초입니다.
이 역전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tvN 월화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였습니다. 이날은 드라마의 마지막 화가 방영된 날이었고, 시청자들이 몰려들며 티빙 플랫폼을 국내 1위로 끌어올렸습니다. 티빙 관계자는 "역대급 시청 기록이 나온 데엔 '선재 업고 튀어'의 영향이 컸다"고 밝혔습니다.
더욱 놀라운 건 드라마의 시청률입니다. '선재 업고 튀어'의 최고 시청률은 고작 5.8%에 불과했습니다. 전통적인 시청률 관점에서 보면 결코 성공작이라 할 수 없는 수치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시청률 5.8% vs 화제성 4주 연속 1위의 아이러니
'선재 업고 튀어'는 2024년 4월 8일 첫 방송 시 시청률 3.1%로 출발했습니다. 이후 줄곧 3~4%대를 유지하다가 7회부터 4.5%로 상승했고, 최종회에 5.8%를 기록했습니다. 눈물의 여왕이 20%대 시청률을 찍은 것과 비교하면 확실히 낮은 수치입니다.
하지만 화제성은 정반대였습니다.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집계하는 TV-OTT 드라마 화제성 순위에서 '선재 업고 튀어'는 5월 1주차부터 4주 연속 1위를 기록했습니다. '눈물의 여왕'의 뒤를 이어 화제성 2위에 올랐다가, 곧바로 1위 자리를 차지한 겁니다.
특히 2049 타깃 시청률에서는 7주 연속 지상파를 포함한 전 채널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습니다. 전국 기준 2.9%였던 10회 2049 시청률이 전 채널 1위였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바로 드라마를 보는 시청 방식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증거입니다.
방송계에서는 "'모래시계'급 인기"라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시청률은 5%대지만, 체감 반응과 사회적 영향력은 과거 국민 드라마 수준이었던 겁니다. 이런 괴리는 OTT 시대의 새로운 시청 패턴을 보여줍니다.
TV에서 OTT로, 본방에서 다시보기로
'선재 업고 튀어'의 성공은 시청 행태 변화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한국갤럽이 조사한 '한국인이 좋아하는 방송영상프로그램'에서 이 드라마는 3개월 연속 순위권에 진입했습니다. 4월 1.3%로 9위, 5월 2.6%로 4위, 종영 후인 6월에도 1.7%로 12위를 기록했습니다.
응답자 특성별 분석을 보면 더욱 흥미롭습니다. 18~29세 여성들이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으로, 다른 프로그램의 2배 수준이었습니다. CJ ENM에 따르면 '선재 업고 튀어'는 모든 플랫폼에서 2030 시청 비중 50% 이상을 기록했고, 올해 방송 드라마 중 20대 여성 최고 시청률을 달성했습니다.
이들은 TV 본방 시청자가 아닙니다. 티빙에서 원하는 시간에 보고, 다시보기로 여러 번 반복 시청하는 세대입니다. 티빙의 4주 연속 주간 방송 VOD 및 실시간 채널 합산 시청 UV(순 방문자 수) 1위가 이를 증명합니다. VOD와 실시간 채널을 합산한 총 시청 시간은 무려 16억 분에 달했습니다.
티빙 신규가입 기여도에서도 역대 2위를 기록했습니다. 1위는 '눈물의 여왕'이지만, '선재 업고 튀어'는 공개 첫 주 대비 유료가입자 수가 2100% 증가했습니다. 시청률로는 측정할 수 없는 실질적 파급력입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증명된 성공
국내 화제성도 대단했지만, 글로벌 반응은 더욱 놀라웠습니다. 글로벌 OTT 플랫폼 라쿠텐 비키(Rakuten Viki)에서 '선재 업고 튀어'는 방영 첫 주에 133개국 1위를 달성했습니다. 방영 6주 차에도 여전히 130개국에서 1위를 유지했습니다.
특히 6주 연속 1위를 기록한 국가만 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 브라질, 멕시코 등 109개국에 달했습니다. 북미 주간 시청자 수 기준으로는 매주 자체 최고를 경신했고, 일본 최대 OTT 플랫폼 유넥스트(U-NEXT) 전체 드라마 1위 및 전체 콘텐츠 2위를 기록했습니다. 대만 아이치이(iQIYI)에서는 드라마 랭킹 1위와 함께 별점 10점 만점에 9.9점을 받았습니다.
이런 글로벌 성과는 한국 시청률로는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결과입니다. 전통적 시청률 조사는 국내 일부 가구만을 대상으로 하지만, OTT는 전 세계 시청자를 포괄합니다. '선재 업고 튀어'는 시청률 지표가 글로벌 시대에 얼마나 제한적인지 명확히 보여줬습니다.
팬덤이 만든 경제적 가치
'선재 업고 튀어'의 진짜 성공은 경제적 수치로 증명됩니다. 주연 변우석은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10년간 화제성 조사를 해온 이래 최초로 드라마와 비드라마 부문에서 동시에 1위를 석권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인기를 넘어 산업적 가치를 창출했다는 의미입니다.
변우석의 첫 아시아 투어 팬미팅은 티케팅 시작과 동시에 대기 인원 70만 명이 몰리며 순식간에 매진됐습니다. 대만 타이베이를 시작으로 태국 방콕, 서울, 홍콩 등 아시아 여러 도시에서 진행되는 일정은 글로벌 스타의 위상을 증명합니다.
드라마 OST '소나기'는 미국 빌보드 글로벌 200 차트 199위에 진입했습니다. 국내 배우가 부른 드라마 OST가 빌보드에 오른 건 이례적인 일입니다. OST 앨범은 역대 예약판매 최고 수량을 기록했고, 제작 물량을 훨씬 뛰어넘는 예약이 몰려 추가 생산에 들어갔습니다.
팝업스토어는 오픈런 현상이 벌어졌고, 부산까지 추가 개최가 확정됐습니다. 대본집 세트는 예약 판매만으로 예스24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습니다. 예약 판매 오픈 후 단 6일 만에 상반기 종합 베스트셀러 7위까지 등극했습니다.
심지어 변우석이 과거 출연했던 영화 '소울메이트'가 재개봉되는 나비효과까지 발생했습니다. 김혜윤의 과거 드라마 '어쩌다 발견한 하루'도 MBC에서 연속 편성됐습니다. 시청률로는 측정할 수 없는 2차, 3차 경제 효과가 계속 창출되고 있습니다.
제작사와 플랫폼이 얻은 교훈
'선재 업고 튀어'의 성공으로 CJ ENM과 제작진은 태국 푸켓으로 포상 휴가를 떠났습니다. 시청률 5.8% 드라마가 포상 휴가를 받은 건 이례적입니다. 하지만 티빙 입장에서는 당연한 결정이었습니다.
티빙 관계자는 "'선친자(선재 업고 튀어에 미친 자)'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인기였던 드라마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며 "작품성 높은 콘텐츠가 핵심 경쟁력이라는 것을 실감했다"고 밝혔습니다. 업계에서는 "'넘을 수 없는 벽'처럼 여겨졌던 넷플릭스와도 '잘 만든 콘텐츠'로 승부를 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라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티빙 내부에서는 긴급회의를 열고 선전 요인을 분석했다는 후문입니다. 그만큼 예상치 못한 대성공이었던 겁니다. 티빙의 일평균 이용자 수(DAU)도 217만 명으로 증가하며 넷플릭스(230만 명)와의 격차를 13만 명까지 좁혔습니다. 늘 20만 명 이상 벌어졌던 격차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입니다.
티빙의 이탈률도 하락했습니다. 2023년 1월 23.2%였던 이탈률이 2024년 5월 21.71%로 떨어졌고, 특히 4~5월 동안 넷플릭스를 포함한 국내 모든 OTT 중 가장 낮은 이탈률을 기록했습니다. 반면 넷플릭스의 이탈률은 2023년 1월 15%에서 2024년 5월 22.48%로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시청률 무용론이 제기되는 이유
'선재 업고 튀어'는 방송계에 시청률 무용론을 본격적으로 제기했습니다. 과거에는 시청률이 드라마의 성공을 판단하는 절대 지표였습니다. 광고 단가도, 배우의 몸값도, 제작사의 평판도 모두 시청률에 좌우됐습니다.
하지만 OTT 시대에는 더 이상 그렇지 않습니다. 시청률 조사 방식은 여전히 TV 본방 시청만을 측정합니다. 닐슨코리아의 시청률은 전국 3,500가구의 피플미터 데이터를 기반으로 산출됩니다. 하지만 젊은 세대는 TV를 거의 보지 않습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으로 OTT를 시청하고, 본방 시간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봅니다.
'선재 업고 튀어'의 핵심 시청층인 18~29세 여성은 시청률 조사에서 거의 포착되지 않습니다. 이들은 티빙 앱으로 드라마를 보고, 유튜브로 클립을 반복 시청하며, SNS로 밈을 공유합니다. 이런 시청 행태는 전통적 시청률로는 절대 측정할 수 없습니다.
방송사들도 이제 시청률보다 화제성, OTT 시청 시간, 플랫폼 가입자 기여도 같은 지표를 더 중요하게 봅니다. 실제로 CJ ENM의 김호준 CP는 "화제성에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며 시청률보다 화제성을 강조했습니다.
새로운 성공 지표가 필요한 시대
'선재 업고 튀어' 사례는 방송 산업에 새로운 성공 지표가 필요함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시청률은 여전히 의미 있는 지표지만, 더 이상 유일한 기준은 아닙니다. OTT 시청 시간, 플랫폼 가입자 증가율, 화제성 지수, 글로벌 순위, 굿즈 판매량, 2차 저작물 수익 등 다양한 지표를 종합적으로 봐야 합니다.
특히 팬덤의 힘이 중요해졌습니다. '선재 업고 튀어' 팬들은 드라마를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자발적으로 홍보했습니다. "선재 업고 튀어 안 본 사람 없게 해달라"며 직접 마케팅에 나섰고, 환승연애 패러디 영상을 만들어 퍼뜨렸습니다. 이런 팬 활동은 시청률로는 측정할 수 없지만, 드라마의 실질적 영향력을 크게 확대합니다.
한 평론가는 "시청률은 3%에서 시작해 5%대로 끝났지만, 화제성은 거의 '국민 드라마'급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제 시청률이 과연 드라마 성공의 지표가 될 수 있는가 하는 '무용론'까지 등장한 것입니다.
마무리하며
'선재 업고 튀어'가 증명한 건 명확합니다. OTT 시대에 시청률은 더 이상 절대 지표가 아닙니다. 5.8%의 시청률로도 넷플릭스를 이길 수 있고, 133개국에서 1위를 할 수 있으며, 수십억 원의 2차 수익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타깃 시청자를 명확히 하고, 그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만들고, 적절한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것입니다. '선재 업고 튀어'는 2030 여성이라는 명확한 타깃을 설정했고, 타임슬립 로맨스라는 장르를 탁월하게 구현했으며, 티빙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효과적으로 유통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시청률이 여전히 의미 있는 지표일까요, 아니면 완전히 새로운 평가 기준이 필요할까요? 그리고 '선재 업고 튀어' 같은 성공 사례가 한국 드라마 산업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요?
